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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학은 자꾸만 미뤄지고...
    Diary 2020. 5. 15. 18:10

    오늘은 스승의 날인데,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과 인사 한 번을 못했다.
    개학이 조금 더 미뤄졌단다.
    나도 친구 만나고 싶다는 작은 아이의 하소연이 길어진다.
    나는 계속 한숨을 쉰다.

    +

    큰아이는 괜찮다.
    레고, 전용 의자와 잔뜩 쌓인 책, 위시 리스트대로 준비된 영화, 아이패드와 노트북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즐기는 게임들, 한두 시간의 운동. 때 되면 차려지는 끼니와 언제든 주워먹게 놓인 간식.
    개학이 미뤄졌다는데 어깨를 으쓱하고 마는 걸 보면 크게 아쉽지 않다는 게지.
    부럽다.
    아주 그냥 이 시국을 200% 즐기는구나.

    +

    "엄마! 키스 해링 그림을 따라 그리고 싶어요!"라고 주문 하면, 아주 토가 나올 정도로 과하게 갖다 바치는 엄마의 "옛다, 받아라!"

    그러나 무언가 요구할 때 단칼에 자르는 때도 있으니.

    너에게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은 중요한 게 아니겠지만, 네가 쓰겠다고 기어코 집어 온 것이니까.

    "엄마, 종이를 다 썼어요!"라며 당당하게 쇼핑을 강요하더라.
    나는 어금니를 물고 침대 밑까지 싹싹 뒤져 이면지와 멀쩡한 종이 묶음을 두 개나 만들었다.
    "가진 게 이렇게 많아! 다 쓰기 전까지 새로 살 일은 없으니 꿈도 꾸지마!"
    아이는 입을 비죽인다.
    가끔 보면, 쇼핑을 놀이라 생각한다.
    풍족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절대 안된다는 게 내 교육관이니 만큼, 이럴 땐 둘도 없는 매정함으로 대한다.

    "엄마, 오빠가 안쓰는 퍼즐을 물려주신다고 했잖아요!"라며 더 어려운 퍼즐을 요구하길래, 큰아이의 의견 따위 묻는 거 없이 "내놔."하고 받아낸 것.

    바닥에 쪼그려 앉아 섞여 있는 네다섯 개의 퍼즐을 종류별로 골라 낸다.
    수년 전에 하던 짓을 또 하고 있네.
    애가 둘이니 뭐든 두 번 하게 되는구나.
    어떻게...한 번쯤 건너 뛸 수 없는 걸까?
    나도 이젠 눈이 침침한 아줌마라구...

    그래서 먹는 약도 늘었다.

    살다살다 스마트한 약통을 쓸 줄이야.
    나는 늙어서 깜빡 깜빡 하는데, 이놈은 절대 약 먹을 시간을 잊지 않는단다.
    게다가 약통 채워 넣으라고도 알려준다!
    우와~~~~~~~~!!!!!
    (하지만 남편이 또 예쁜 쓰레기를 샀구나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그놈의 펀딩을 어떻게 끊지...)

    +

    세상에...이 색 이름이 파라다이스 블루래!

    그림도 그리고 싶고,
    뭘 자꾸 만들고 싶고,
    청소도 자주 하고 싶고,
    가구 배치도 맨날 바꾸고 싶다.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주고 싶은데, "엄마는 손이 아파서..."라는 핑계가 안 나오는 날이 없으니, 미안해서 어쩌지.
    미안해.
    많이 미안해.

    그래도 종이 낭비는 안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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