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한테 실망할 수도 있지! 그걸 말하고 싶은데, 부정적이라고 자꾸 말을 하지 말라고 그러면 어떡해!"

 

"서운한 게 아니야! 화가 난거야!"

 

"그래도 아빠가 나한테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미워!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소리를 지르거나 집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을 만큼 화가 나!"

 

"엄마가 사과할 일이 아니지! 아빠가 사과해야지!"

 

"오빠가 맨날 약올리고, 오빠가 거짓말 할 때도 많은데, 엄마랑 아빠는 오빠만 좋아하고, 야단치지도 않고!

 나만 미워하는 거 같아!"

 

울면서 할 말 다 하더니 "으아아앙!" 하며 오열하는 작은 아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내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말하는데, 나는 아이가 하는 말의 내용도 놀랍지만 울컥하는 내 마음에 더 놀랐다.

 

내가 너를,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사랑하는구나!

 

어쩜 이렇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지?

어떻게 이런 아이가 내 아이지?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이 아이가 나중에 파트너를 만나 날 떠난다고 하면 어쩌지?

나 안 보내주고 싶을 거 같은데...

절대 보내고 싶지 않은데...

 

그 짧은 순간에 나의 생각은 멀고도 먼 훗날까지 날아갔다.

아...어쩜 좋아...

내가 이 아이를 너무너무 사랑하나봐.

 

+

 

잠시 후, 아빠와 좋은 사이로 돌아온 작은 아이가 내게 와서 속삭였다.

 

"엄마, 아까 했던 말은 우리끼리 한 걸로 하자."

"왜?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셨어?"

"응."

"진심으로 용서할 마음이 들었어?"

"응. 그러니까 아까 내가 한 말, 아빠한테 하지 마세요..."

 

나는 풉-하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가 알았노라 약속했다.

우리 이쁜 아이 어쩌지.

아까 오열하며 했던 말들, 아빠가 다 들었을텐데...크크크.

 

+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

홍콩의 민주화 운동.

코로나 19 상황에 추가된 흑사병과 돼지 독감.

바나나와 콘돔으로 콘돔 사용법을 정확하게 가르치고자 했던 어느 교사의 수업 취소.

게임 안에 거래 시스템을 넣는 것과 넣지 않는 것의 차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느낀 실망감.

꿈, 장래희망, 어른이 돼서 살아가는 방법.

집을 빌리는 것과 산다는 것의 차이.

돈의 많고 적음의 차이.

빌 게이츠의 자산 규모는 어떻게 쌓인 것이며, 은퇴 후 그의 횡보.

왜 기부를 하는가.

왜 영어공부 책에선 아직도 감자 수프를 끓이고 있는가.

사람들은 왜 이 시국에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거짓말을 일삼는가.

소중한 내 몸.

반려 동물을 키울 때 가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

아빠가 회사에서 하는 일과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

물총새에 관하여. (그 새의 또 다른 이름은 '눈깜짝 할 새')

엄마는 왜 '론 위즐리'가 좋은가.

'신비 아파트' 속 슬픈 이야기들.

'메탈리카'라 불리는 할아버지들에 관하여.

'삼시세끼'를 좋아하는 작은 아이.

에코백이란? (에코백은 여자 가방이 아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오고간다.

말이 많은 엄마라서, 대화를 좋아하는 아이와 질문이 끝없는 아이가 모여서 그렇다.

요즘의 나는 최대한 설명을 줄이고 직접 찾아봐라, 같이 찾아볼까 하는 식으로 바뀌는 중이지만, 

여전히 대화의 60%는 내가 담당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내 얘기가 끝나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아이들의 대화 비중이 높아질 때에 나도 재밌게 들을 줄 아는 엄마이고 싶다.

 

보호자, 부모, 엄마.

여전히 매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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